네 이웃의 식탁 (구병모) 줄거리 및 책리뷰

네 이웃의 식탁 (구병모) 줄거리 및 책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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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의 네 이웃의 식탁

★★★☆☆

 

구병모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워낙 유명한 작가이기도 하고, 책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출판사의 영향이 큰 나로서는 젊은 작가 시리즈로 나오자마자 구매해서 읽었다.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살아가는 이야기. 여자가 살아가는 이야기. 이웃관계 혹은 이웃과 이웃의 이야기인 줄 알았으나, 애기 엄마들의 삶을 보여준 책이 아닌가 싶다. 섬세한 여자의 감정을 이렇게 잘 표현하실 수가 있었나 싶어 작가를 찾아봤더니, 이름만 보고 남자 작가인 줄 알았는데 여성분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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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이라는 이름을 유난히 강조시키는 꿈미래 실험 공동주택에 모인 네 이웃의 이야기이다.

 

꿈미래 실험 공동주택은 낮은 출생률로 심각한 문제가 된 지 오래인 대한민국에서 세 자녀를 갖는 조건으로 입주가 가능한 공동 주택이다. 대중교통도 열악하고 기반 시설이 갖춰지기 전인 꿈미래 실험 공동주택에 네 부부가 이웃이 되게 된다. 약국 카운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요진'과 영화 제작이 망하고 집에서 쉬는 남편과 함께 자녀 하나를 두고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 스토리는 시작된다.

 

'단희'는 주부로써 공동주택에 일을 주도하고, 형제 둘을 두고 있다. 또한, 남편이 회사를 자주 옮겨 다니다가 가족회사에서 일하는 '교원'이는 주부이며 남매 둘을 두고 있다. 마지막 '효내'는 프리랜서로 그림 그리는 일을 하며 여자 아이 하나를 두고 있다.

 

서로 집집마다 다른 속사정에도 불구하고 이웃이라는 이름으로 공동체로 묶이며, 더 나아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라는 이유로 공동 육아를 꿈꾸게 된다. 쓰레기 분리 배출도 함께해야 하는 꿈미래 실험 공동주택. 단희는 이웃들에게 공동주택 아이들 전체를 돌보는 시스템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요진이 와 교원이는 찬성하지만 효내는 별로 하고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효내 남편이 상의 없이 찬성해버리고 결국 효내 혼자서 프리랜서와 함께 아이들 돌보기를 시작하며 지쳐간다.

 

단희 남편의 차가 수리에 맡겨지면서, 요진의 남편은 요진과 상의없이 출근하는 와이프의 차를 같이 타고 가라고 한다. 상황에 이끌려 거절하기 힘든 요진이는 그러자고 제안하였지만 상황이 점점 이상함을 느낀다. 단희 남편은 요진이에게 화장품 선물을 주거나, 예쁘다고 말하거나, 은근슬쩍 볼을 꼬집는 등의 전형적인 유부남 작업스킬을 하고 있다. 아주 칼같이 끊어내기에는 안될 것 같아 요진이는 녹음기를 주문하게 되고, 단희 남편은 저녁 먹자는 제안을 하고, 요진이는 거절의 문자와 함께 그날은 혼자 집으로 오게 된다.

 

요진이의 딸이 6살로 이웃의 아이들보다 나이가 가장 많다. 하여 어느 순간부터 요진이의 딸이 아이들을 돌보는 모양새가 되며, 그것이 잘못된 방향이라는 것은 눈치채진 못한다. 요진은 단희 남편이 그동안 어떻게 했는지 남편에게 사실대로 말하고자 결심한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상황은 요진 남편과 교원이 영화를 보며 세상 행복해하고 있지 않은가. 여기서 요진이는 (아마 그동안 쌓여왔던 모든 것들이) 폭발하면서 남편과 싸우게 되고 딸을 데리고 친정으로 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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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의 결말은 없었다. 이게 바로 현실을 꿰뚫어 보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역시나 본인은 호의였으나 상대가 이상하게 해석했다는 식의 치고 빠지기의 전형적인 유부남들의 수법. 진짜 어이가 없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했다. 단희 남편 같은 사람이 사실 생각보다 주변에 엄청 많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까..?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이해하지 못했을 법한 분위기와 몰아가는 상황.

 

요즘 시대에 왜 독신자가 늘어나는지, 딩크족이 늘어나는지 깨닫게 해 주는 지독한 현실세계를 보여준다. 미혼인 사람이 읽으면 결혼을 내가 안 하는 이유라며 공감하는 부분이 꽤 많을 것 같다. 물론 기혼자의 경우에는 아이를 보는 비슷한 현실임을 제삼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이라고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 소설은 지극히 여자의 시선으로 그려진 내용이므로 속편으로 남편의 시선으로 바라본 비슷한 삶의 내용이 담겨있는 소설을 만들어 주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사실 여자는 여자가 제일 잘 알고, 남자는 남자가 제일 잘 알지 않겠는가. 서로 다른 동물임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많이 알긴 알지만, 왜 이 남자는 여자의 힘든 상황을 모를까 생각만 하기보다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궁금할 때가 많아진다.

 

네 이웃의 식탁의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히 남자도 희생을 강요당한 부분이 많을 텐데 여자 사람으로서 한 가지의 문제를 가지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풀어나가는 과정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다.

 

나라에서는 지금까지의 출산정책이 왜 효과가 없었는지, 좀 더 현실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왜 결혼을 안 하려고 하는지. 애기 없는 삶이 더 풍요롭다고 젊은이들이 인식하는지를 좀 알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현실 같아서, 너무 내 옆에 있는 누군가의 집안 이야기 같아서, 읽으면서 속이 답답했다.

 

어딘들 사람이 둘 이상 사는 곳이라면 참견의 깊이와 농도 정도만 차이 날 뿐 마찬가지일 터였다. 18p